염기원

작가의 말

『인생 마치 비트코인』 작가의 말

『인생 마치 비트코인』(2022) 책 끝에 실린 작가의 말입니다. 줄거리와 결말이 언급될 수 있습니다.

이 소설은 화해에 관한 이야기다. 화해하는 데 먼저 필요한 건 소통이다. 그래야 이해와 공감으로 이어진다. 어린 나이에 고향을 떠나 서울로 온 화자는 오래도록 고립된 생활을 이어왔다. 그에게도 소통과 화해의 기회가 반복되어 주어진다. 하지만 익숙하지 않아 늘 서툴다.

주인공은 우리가 흔히 보는 파편화된 도시 노동자다. 인지 왜곡 성향을 보이는 이 청년의 직업은 오피스텔 관리인. 조금 생소하다. 억눌려 산 세월만큼 그의 가슴에는 두꺼운 더께가 앉아 있다. 우연히 발견한 세입자의 일기장을 통해 그와 그녀, 산 자와 사자의 과거 이야기가 펼쳐진다.

낯선 상대를 보고 두려움을 느끼는 건 동물의 본능이다. 인류 문명은 연대를 통해 이를 극복하며 발전했다. 한편 문명사의 참담한 일은 그 두려움을 타자화로 바꾸려는 이들 때문에 벌어졌다. 전 세계와 실시간으로 소통할 수 있는 21세기에 그 정도가 절정으로 치닫는 듯하다.

인터넷은 종교, 철학, 사상, 정치관, 지역, 학벌, 소득, 가치관이 비슷한 사람끼리 편하게 어울리도록 도와준다. 커뮤니티를 준거집단 삼는 이들도 있다. 외부에 높은 장벽을 치는 게 특징이다. 자기반성은 필요 없다. 타자를 향한 혐오와 조롱이 프로토콜이다. 그러니 늘 화가 나 있거나 화낼 준비를 마친 상태다.

현실에서도 그렇게 폐쇄적인 이들이 있다. 자신의 모든 말에 고개를 끄덕여주는 사람만으로도 불편함과 아쉬움 없이 살 수 있는 자들이다. 정치인이나 재벌이 현실감 없는 망발로 물의를 일으키는 이유다. 주인공은 그런 이들을 우습게 여기고 비판적으로 생각한다. 방어기제가 유일한 동인은 아니다. 짧은 잣대로 세상을 재단하는 자신과 묘하게 닮아서다.

타자를 이해하려면 먼저 나를 이해하고 자신과 화해해야 한다. 그래야 마음에 공간이 생긴다. 좁고 누추하면 귀한 손님이 찾아와도 들일 수가 없다. 우리에게 날카로운 비평과 냉철한 판단, 분석적 사고보다 필요한 건 너른 품이다. 조금 불편하더라도, 차이를 인정하고 이해하도록 노력해야 한다. 더께가 떨어져 나가 맨살이 드러나기 전에 실천하는 편이 낫다.

나와 차이가 있는, 지향점이 다른 상대를 두려워하지 말아야 한다. 소통의 대상과 이해의 폭을 넓히고 화해해야 한다. 공포를 부추기는 이들을 경계해야 한다. 정말 경계해야 할 건 전체주의와 획일화라는 폭력이다. 작은 차이로 편을 가르는 세상에서는 사랑보다 욕망이, 포용보다 경쟁이 중요하다. 그런 곳에서 선한 구호를 외쳐봤자 아무런 힘이 없다.

전작인 《구디 얀다르크》에 이어 무거운 현실을 사는 청춘의 구원을 다뤘다. 작가가 텍스트 이면에 숨긴 것들을 찾는 건 내 오랜 독서 습관이고, 소설을 좋아했던 이유다. 다시 읽으면 새로운 것이 보이는 글을 쓰는 작가가 되고 싶었기에 나 역시 글마다 다양한 질문을 던진다.

‘작가의 말’부터 읽는 분도 계시겠지만, 대부분은 이 소설을 모두 읽고 여기까지 오셨을 것이다. 다른 계절, 다른 분위기에서 다시 읽는 걸 권한다. 처음과 다르게 느껴지는 감정, 해석은 물론 전복적인 결론에 이를지도 모른다. 소설의 구조, 단서가 되는 문장 여럿, 알레고리가 도울 것이다.

글을 쓰는 사람, 작가라는 단어 뒤에 숨은 건 지독한 인내라는 것을 배운다. 정성 들여 쓴 글이 세상에 나와 독자와 만나는 과정을 견디는 건 밤새 글 쓰는 것보다 고단하다. 앞으로도 그 지난한 과정을 되풀이하겠지만 계속 이겨낼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