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편과 단편 · 단편소설
혁명의 온도
혁명의 온도
The Temperature of Revolution
전국 군무원들이 일제히 출근을 거부하기로 한 날 아침, 대위 출신 임기제 군무원은 새 집을 지키기 위해 사고의 책임을 뒤집어쓸지 결정해야 한다.
줄거리
화자는 7년간 장교로 복무하고 보험 영업에 실패한 뒤, 수도권 외곽 부대의 5년 임기제 군무원이 됐다. 엄마와 장애가 있던 동생은 세상을 떠났고, 그는 생애 처음 번듯한 수입과 냉장고 속 수입 맥주, 큰 빚을 내 들어간 신축 빌라를 가졌다.
온라인에서는 군인처럼 당직을 서고 총을 들게 하는 데 분노한 군무원 커뮤니티가 '혁명'을 조직했다. 대통령이 표창을 수여하는 날 모두가 상을 거부하고 출근하지 않기로 한 것이다.
거사 사흘 전, 장교 시절 후배였지만 이제는 상관인 젊은 여성 중대장이 그에게 저녁을 산다. 그녀가 진행한 의무 교육 중 일어난 사고로 한 병사가 한쪽 눈을 잃었고, 그녀는 부탁이 있다. 그의 옛 지인인 조사관에게 그 작업이 그의 지시였다고 말해 달라는 것. 그의 진급과 대출은 그녀 같은 장교들에게 달려 있다.
월요일 아침, 모두가 출근한다. 혁명은 실패했다. 그런데 한 오랜 동료의 손에서 그는 혁명의 진짜 온도를 발견한다.
영상화 포인트
- 장교 출신 작가가 본 한국 군대 내부 위계에 대한 날카로운 풍자.
- 월요일 출근 거부를 향해 가는 시한과 한 주말 동안의 도덕적 딜레마.
도입부
월요일 아침은 불법 추심 업자처럼 염치없이 찾아온다. 빌라 앞 버스 정류장에는 광역버스와 시내버스가 모두 선다. 등교하는 학생, 서울이나 신도시로 출근하는 직장인 무리가 종종걸음으로 모여드는 이유다. 나는 연어처럼 인파를 거슬러 출근한다. 브랜드 아파트에 살겠다는 욕망을 채우기 위해 이 외진 곳까지 이사오는 수고를 감수한 그들의 출퇴근 분투기에는 관심이 없다.
아파트와 빌라 사이에 난 도로 폭보다 훨씬 큰 간극이 그들과 우리 사이에 있다. 나는 그들을 못마땅하게 여긴다. ‘서울 출퇴근 쌉가능’, ‘신도시를 품은 특례시’ 같은 문구가 자존감을 지탱해주는지는 몰라도, 봄부터 가을까지 퇴비 냄새가 진동하고, 장마 때마다 하천이 넘쳐 똥물에 신발이 젖는 엄연한 촌구석까지 밀려왔으면서, 길 건너 빌라촌 사람을 향한 시선에 담긴 은근한 교만이 재수없다. 내 자격지심인가?
안개가 잔뜩 낀 혁명의 아침. 눅눅한 북서풍을 가르며 전진하는 내 발걸음에 비장함은 없다. 혁명은 공권력을 대상으로 하기 마련. 우리가 투쟁 대상으로 삼은 곳은 국민의 세금으로 돌아가는 합법적 폭력 조직인 대한민국 군대, 그러니까 국방부다. 그렇다고 위병소 앞 바리케이드를 차량으로 돌파하거나 부대 울타리 위에 설치한 윤형 철조망을 뚫고 침투하는 방식은 아니다. 오히려 그 반대다.